남지우 객원기자, 우리 다 같이 역사의 뜨내기가 되어 <리얼 페인>
... 이제 작가주의 감독의 반열에 올라 홀로코스트로부터 3세대 이상 떨어진 유대계 자손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상이 겪은 참혹함을 뒤로하고 나의 현재적 고통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두고 창작자가 끝없는 내적 토론을 벌인 결과다.
...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세계사적 고통에 견줘보는 개인사적 고통의 정체는, 데이비드의 불안과 강박장애, 그리고 벤지의 자살 생각이다. 데이비드와 같은 장애가 있는 제시 아이젠버그는 이 문제를 대중과 공유하고 자신의 캐릭터에 반영하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을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역사적 트라우마와 쉽게 단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실존적 난처함을 반영한 <리얼 페인>은 흥미로운 문제 제기 끝에 최종적인 답변을 내놓기를 유보한다. 90분의 경제적인 러닝타임에서 두 인물의 성격과 갈등을 드러내는 매 에피소드가 반복을 거듭하며 해결 불능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독이 펼쳐놓은 자전적 토론의 장에 기꺼이 참여할 관객들이 있을 것이다. 초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면서 다른 이를 후원하는 사람, <소년이 온다>를 읽고 고통을 느낀 사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학살에 반대하는 사람일수록 이토록 답이 없고 고통스럽기만 한 질문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남지우 객원기자, 우리 다 같이 역사의 뜨내기가 되어 <리얼 페인>
씨네 21 1490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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