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기토의 포로
Kreisler: Liebesleid (arr. Rachmaninoff)
김민주, 여자 leftovers ⑶

 

 

 

인간이 살면서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어요. 모든 이야기를 쓸 수도 없구요. 내 남은 힘으로 무슨 말부터 할지 선택하려면 이미 마주친 것을 유심히 살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학자가 말했다. 모든 것을 담은 책 하나를 찾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라고 학자가 이어 말했다. 학자의 옷에는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모든 말을 담은 책을 지키는 도서관장을 더는 섬기지 않는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습니다, 하고 여자가 답했다.* 식당은 조용했다. 그들은 대대로 도서관장을 지낸 사람들이 묻힌 무덤을 지나 그곳에 자리를 잡은 참이었다. 그래서 읽기가 저에게는 올해의 주인공이에요, 라고 예술가가 말했다. 이해에 정답이 있는 글을 읽는 게 항상 두려웠는데 남의 의중을 읽는 일에 조금 익숙해져 보려고 해요, 라고 예술가가 이어 말했다. 소파에 동그랗게 파묻혀 미색 종이에 집중한 예술가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떠올랐다. 여자는 정답이 없는 세계로 들어선 학자와 정답이 있는 세계에 놓인 예술가 중 누가 더 혼란스러울지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나침반 을 하나씩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는 1941년에 출간한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한 우리는 당시의 또 다른 미신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책의 사람에 관한 믿음이었다. 어느 육각형 진열실의 어느 책장에는 '나머지 모든 책'의 암호 해독서이면서 완벽한 개론서가 존재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사람들은 주장했다. 한 사서가 틀림없이 그 책을 살펴보았으며, 그래서 그 사서는 신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이 구역의 언어에는 아직도 아득한 옛날의 그 사서를 숭배하는 종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 순례를 떠났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송병선 옮김, 『픽션들』, 서울: 민음사, 2011, 105-106면)

 

 

 

김민주, 《여자 left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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